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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디자인 프로세스

IGC 2018 <펄어비스에서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 세션을 보고 문서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펄어비스 디자인 프로세스

이번 IGC에서는 펄어비스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세션들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디자인에 있어 무결한 기획서를 만들는 대신 기획 단계부터 함께 논의하고 프로토타이핑하는 방식을 취하며, 그렇게 하는 이유와 그렇게 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소개했다.

펄어비스에서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 (강건우)

문서화의 한계효용

기획서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완성도를 높히는 것은 효용성이 낮다는 부분에 크게 공감한다.

  1. 게임 개발이 고도화될 수록 게임 디자이너가 다른 직군 작업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기 어렵다.
  2. 게임 디자인 역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다.
  3. 다른 직군 작업자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이 온전히 발휘되기 어렵다.

기획서에 기반한 작업 방식에서는 각 파트가 기획서를 보며 일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작성하는 게임 디자이너에게 다른 파트의 작업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게임 개발의 각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한 개인이 여러 영역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섭렵하는 것은 갈 수록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여러 영역을 섭렵하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란 이런 특별한 사람에 기대지 않고도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뽑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여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일이 되는 상황이라면 프로세스가 바뀌어야하지 않겠는가.

게임 디자인 역시 전문성이 필요한 게임 분야 중 하나이다. 게임 디자이너의 전문성이란 수학, 경제학, 문학, 심리학 등 자신의 지식1을 게임에 의도하는 방향으로 응용하는 능력이다. 이를 갈고 닦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학문이 필요하다. 그것을 게임이라는 컨텐츠에 잘 녹이기 위한 연구2 와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밍이나 아트에 대한 기술적 지식은 이런 학문 중 일부이다. 프로덕트가 원활히 나오기 위해 이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역량을 갈고 닦아야 일이 돌아간다면, 그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깊이 있는 컨텐츠는 다양한 지식이 녹아들 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는 기획서를 잘 쓰는 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여야” 한다는 발표자 분의 발언에 크게 공감했다.

그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디자인하고 작업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에서의 해답이 될 것이다. 기획서 기반의 작업 방식은 작업자들의 전문성이 “이건 안됩니다.” 수준 이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 디자인 단계부터 함께해야 작업자들의 전문성 중 높은 부분들이 피처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필요조건

이런 작업 방식이 잘 작동하려면 아래와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모두가 함께 디자인하는 만큼 모두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문성이 높더라도 그것을 다른 작업자에게 잘 전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크게 반감될 것이다.

개발 후 상세 문서 정리

개발의 기민함을 위해 문서화를 건너뛰는 것은 분명 유용하다. 하지만 QA나 이후 작업자의 컨텍스트 파악 등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상세 문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 마무리 단계에 그 결과로 상세 문서를 남기는 것은 불확실성이 많은 초반 단계에서의 문서 변경 노가다를 줄이면서 유지보수 측면의 불리함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1. 게임 디자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국영수’를 강조하는 것은 이런 맥락. ↩︎

  2.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트렌드를 꾸준히 읽는 것은 기본, 《길드워2 경제 리뷰》와 같이 자신의 베이스가 되는 학문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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