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중소돌이 되고파
10명 남짓 인디 규모로 게임 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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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지스타에 출품한 우리 게임의 개발팀 인원은 10명 남짓입니다. 이는 게임업계에서 인디 규모에 해당합니다. ‘원 히트’를 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게임을 제작한다니. 이상과 실제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성공은 규모로 결정되지만은 않습니다.
게임업계의 중소돌
‘중소돌’은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중소돌이 흥행에 성공하면 ‘중소의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상위 1%의 아티스트가 전체 수익의 77%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음악산업에서, 차원이 다른 자본력을 극복하고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이 성공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산업은 더욱 극단적인 승자독식의 세계입니다. 2023년 스팀 출시 게임 기준 상위 1%도 안 되는 Top 100 게임이 전체 수익의 91%를 가져갔습니다. 현대의 게임 산업은 대규모 자본으로 게임성과 볼륨에서 압도적인 게임을 만들거나, (중소돌과 같이) 소규모 자본으로 엣지있는 게임을 만들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해외에는 소수 인원으로 성과를 내는 게임 스튜디오가 다수 있습니다. BAFTA, GDC, 휴고상, 네뷸러상 등을 수상한 Hades를 개발한 Supergiant Games는 26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Long Vinter를 개발한 핀란드 Uuvana Studios는 12명, The Ascent를 개발한 스웨덴의 Neon Giant는 11명으로 이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게임 스튜디오가 많지 않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로 성공한 민트로켓이 최근 넥슨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첫 시작일 것입니다. 한국에 이런 개발팀을 더하고 싶은 것이 제가 작은 개발팀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제너럴리스트의 무대
게임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종합 예술의 성격을 지닙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학,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요구됩니다. 대규모 개발팀은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개발팀은 모든 영역을 개별적으로 담당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팀 규모가 작을수록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필요성이 커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Supergiant Games의 대런 코브Darren Korb는 이런 사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게임 OST 대부분을 혼자서 연주, 녹음, 프로듀싱, 믹싱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의 사운드 이펙트도 직접 제작하고, 심지어 게임 내 캐릭터의 성우 역할까지 했습니다.
저도 다양한 영역의 일을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대규모 개발팀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소규모 개발팀에 있을 때 제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때 ‘원 히트’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제가 소규모 개발팀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제너럴리스트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