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팀의 이야기
프로젝트가 첫 실패를 마주했다. 그 전까지는 탄탄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충격이 더 컸다. 가볍게 걷다 넘어지는 것 보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넘어지는 것이 훨씬 아픈 것 처럼.
게임스컴 기간에서의 플레이 테스트에서 유입은 눈에 띄게 줄었고, 그로 인해 메치메이킹은 제대로 돌지 않았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리텐션 하락으로 이어졌다. 몇몇 사람들은 카페에서 모여앉아 “망했다”며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패배감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우리 프로젝트가 마주한 첫 번째 실패였다.
이 실패가 우리에게 유독 뼈아팠던 이유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 초 성공적인 사내 테스트. e스포츠의 가능성을 바라본 지스타에서의 성공적인 시연. 2025년 2월 글로벌 유저에게 처음 선보이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SNF)까지 우리는 연속적인 성공에 취해있었다. SNF 기간에는 2,400개의 출품작 중 가장 많이 플레이된 데모 12위를 기록하며 스토어 피처드까지 올라갔다. 접속 환경이 원활하지 않았던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일부 부정적인 리뷰를 제외하면, 기대감으로 가득찬 반응 일색이었다.
물론 개선해야할 점은 있었다. 낯선 조작계, 낮은 리텐션.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는 코어 팬이 열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기조에 따라 우리가 선택한 방향이었으므로 아무 문제 없었다. 이제 이 부분들을 다듬어 접근성 있게 만들면 얼리 억세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열심히 보완했지만 게임스컴 기간의 플레이 테스트에서 그 기대는 무너졌다. 처음 경험한 실패 앞에서 팀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를 개선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스스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런 움직임들이 있었다.
그런 움직임이 하나둘 모이자 게임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데일리 플레이 테스트에서 게임이 나아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자 우리 안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단순히 PTSD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회삼아 성장한다고 했다. 우리의 모습이 딱 그랬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이 있는 개발팀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수없이 많은 ‘Game Over’ 화면을 보면서도 다시 도전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같은 길을 걷는다.
지난 여름의 실패는 우리 개발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1000억 이상의 개발비를 들여도 2주 만에 서비스 종료하기도 하는 냉혹한 PvP 슈터 장르의 세계. 그 세계에서 20명 남짓한 우리 개발팀이 최종적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는 지금의 멤버와 함께 성공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다음 도전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