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가득 모바일 청첩장 DIY
결혼식 후에 더욱 특별한 모바일 청첩장
우리는 모바일 청첩장을 전달하며 결혼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립니다. 이런 중요성에 비해 기존의 모바일 청첩장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청첩장을 직접 만들어 평생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결혼식 후에 더욱 특별한 페이지로 만들어 영원히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청첩장 DIY
게임업계 사람들은 모바일 청첩장을 미니 게임 포맷으로 제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이기에 일반적인 모바일 청첩장을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받은 모바일 청첩장들을 보며 어떤 구성요소가 어떤 순서로 배치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몇몇 청첩장은 금세 없는 페이지라 나오는 걸 보며 더더욱 직접 만들어 평생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갤러리
모바일 청첩장의 꽃은 갤러리입니다. 장소와 시간은 종이 청첩장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갤러리는 오직 모바일 청첩장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의 최우선 요구 조건은 “사진이 확대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사진이 아직 보정되기 전이라 신경 쓰인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저는 보정하지 않아도 가장 예쁜 신부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신부의 생각은 달랐기에 이 부분을 챙겨야했습니다.
구글에 js photo gallery 로 검색하여 괜찮은 라이브러리를 찾았습니다. 그 중 PhotoSwipe를 선택했는데, 돋보기 메뉴를 끄는 방법을 문서에서 빠르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삼 잘 구성된 문서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참석여부
동시예식은 하객 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식과 식사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자리가 없으면 식사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시예식 청첩장에는 참석여부를 남기는 입력창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적인 페이지이므로 Flask로 청첩장을 만들고, 쿠키를 남겨 수정할 때 인원 수만 수정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디자인은 다른 청첩장의 입력폼을 참고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셨던 것이지요. 결국 참석여부 입력창은 포기하고 Google Analytics를 붙여서 대략적으로 추정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증 인원을 적절하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의 도메인
모바일 청첩장의 도메인이 업체 도메인인 것도 제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청첩장을 위해 눈여겨보고 있던 .love
도메인을 구매할 때가 된 것이지요. 아내의 이름을 앞에 넣고 싶었지만, 제 이름을 앞에 넣는 쪽이 도메인 이름이 쉬워져서 제 이름의 이니셜을 앞에 넣었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모바일 청첩장에 커스텀 도메인을 넣었는데, 제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을 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지도
구글맵은 한국에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네이버 지도 아니면 카카오맵을 선택해야합니다. 아쉽게도 둘 다 API를 이용해야 웹사이트에 넣을 수 있습니다. 작업 편의성이 고만고만하면 MAU가 압도적인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순리였습니다.
지도에서는 UX 관련한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예식장이 남북으로 놓인 두 지하철역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지도를 세로로 길게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스크롤이 안된다는 피드백이 들어왔습니다.
이 부분을 미리 생각하여 지도가 아닌 영역을 충분히 남겼음에도 이 피드백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도가 아닌 영역에서 스크롤을 시작하면 된다는 것도 어떤 사용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후 더욱 특별하게
모바일 청첩장은 결혼 소식을 주변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결혼식 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맺어짐의 증거로 오래오래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청첩장을 감사장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결혼합니다 → 결혼했어요
발리의 리조트에 도착하여 “결혼합니다”를 “결혼했어요”로 수정했습니다. 결혼이 이루어짐을 선언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몽글몽글했습니다. 초대 메시지는 아내와 고민하여 작성한 감사 메시지로 수정했습니다.
하객분들의 사진으로
웨딩 갤러리를 하객 분들이 카톡으로 보내주신 사진들로 업데이트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9장의 사진을 고르며 꿈같은 결혼식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길안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므로 바로 지웠습니다. 계좌번호는 늦게 보내주시는 분들을 위해 며칠 더 유지하다 지웠습니다. 사진은 나중에 보정된 사진으로 교체했습니다.
청첩장에서 인생의 기록으로
우리의 모바일 청첩장은 결혼식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부부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결혼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특히 두 달 뒤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콩콩이가 우리 부부의 품에 찾아오는 날입니다. 이 순간은 청첩장에 기록될 첫번째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우리의 모바일 청첩장을 다시 열어보았을 때, “그때 결혼하고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 하며 따뜻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