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는 왜 PD가 부족할까?
게임업계에 PD가 부족한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언젠가 모 게임회사 대표님과 저녁식사를 했다. 대표님은 최근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받아 돈은 생겼는데 신규 프로젝트를 이끌 PD가 없어서 근심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게임업계에는 왜 PD가 부족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게임 PD란?
게임 개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완성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람1이다. 게임 컨셉을 구체화하고, 개발 비용을 산정하고, 그것을 실제 프로덕트로 실현하는 전반의 과정을 담당한다. 수십, 수백억 규모의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사람이다.
PD의 어려움
이러한 PD는 애초에 탄생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해하고 있으면서, 게임 개발을 리드할 수 있어야하고, 그 와중에 매니지먼트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유니콘에 가깝다. 게임 개발 비용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아무리 작은 게임도 수십억의 개발비가 요구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신규 PD 보다는 성공한 경험이 있는 PD를 찾을 수 밖에 없다.
PD가 되어도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임산업은 흥행산업이면서 인력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성공하려면 개발팀 구성원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회사와 마찬가지로 개발자도 성공 경험이 있는 PD와 일하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커리어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신규 PD는 안그래도 성공률이 낮은 게임업계에서 더 불리한 조건으로 게임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중압감을 받는 위치에 있다. PD는 게임의 책임자로서 사람들 앞에 서는 직책이다. 플레이어에게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며 게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플레이어에게 비난받기도 한다. 게임이 망하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오는 압박감도 상당할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을 극복해도 처우가 그렇게 높지 않다. 블루 아카이브로 유명한 김용하 PD의 2024년 연봉이 2억 3천밖에 안 된다2. 높다면 높지만 블루 아카이브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만든 한 업계의 탑 티어 연봉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낮은 연봉이다. 보통의 PD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처우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PD 부족에 대한 업계의 대처
크래프톤에서는 2021년 PD 양성 프로그램인 패스파인더 프로그램3을 만들어 운영했다. 당시 업계인들은 “PD가 공채로 되겠냐?”며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상술했듯 PD에게는 많은 역량과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국에서는 PD를 신입 공채로 채용하여 육성하므로 완전 허황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잘 되지 않아서 2기 만에 중단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대신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개발사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종종 대기업은 적자나는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PD나 리더십 등 핵심인재를 영입하는데 비용을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 AI 인재 채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기업이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마치며
게임 산업의 발전은 다양한 시도에서 비롯된다.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PD가 게임 업계에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업계 차원에서 PD의 육성과 성장 구조를 고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