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경력 0년, AI로 PV 리포트 만들기
AI로 제약회사 PV 업무를 이해하고, 의약품 규제 정보와 문헌을 자동 수집하는 리포트를 만든 이야기
“조금만 더 다듬으면 실제로 쓸 수 있겠는데?”
제약회사에서 PV 업무를 하는 아내에게, 제약업계 경력이 전혀 없는 내가 만든 PV 리포트를 보여주고 받은 피드백이다.
처음부터 PV 리포트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첫 바이브 코딩으로 개인용 URL 단축기를 만들고 다음으로 만들지 고민하던 차였다. 첫 프로젝트는 내가 잘 아는 것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잘 모르는 분야에서 유용한 것을 AI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침 아내가 다니는 제약회사에서 사내 AI 공모전을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그 공모전에 참가한다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아내의 업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AI로 제약회사 PV 업무 이해하기
가치를 만들려면 문제를 먼저 찾아야한다. 하지만 나는 제약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몰랐다. 모든 업무를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아내가 담당하는 PV 업무부터 이해해보기로 했다.
PV는 Pharmacovigilance의 약자로, 의약품의 안전성을 감시하는 업무다. 의약품을 사용한 뒤 발생하는 이상사례를 수집하고 평가하며, 필요한 경우 규제기관에 보고한다.
제미나이에게 3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졌다.
- 제약회사 PV 업무를 내게 설명해줘
- PV 직무 담당자의 가상 하루 업무를 시간대별로 그려줘.
- PV 업무 중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이 있을까? 반복 작업이 아니더라도 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어.
첫번째 질문으로 PV의 역할을 알 수 있었지만, 각 세부 업무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두번째 질문으로 가상의 업무 시간표를 질문하여 일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AI가 도울만한 지점을 찾았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당장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 부분은 문헌조사였다.
매번 사람이 찾아가야 하는 정보
각 국가의 규제기관은 의약품 관련 규제와 안전성 정보를 각자의 웹사이트에 게시한다. 의약품 부작용과 관련된 논문도 계속 발표된다. PV 담당자는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회사가 판매하는 의약품에 새로운 규제가 생겼는지, 관련 부작용이 보고되었는지 확인해야한다.
한 번 찾아보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수집해야하는 일이다. 아내의 회사에서는 이 과정을 외주로 진행한다고 했다.
여러 출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회사와 관련된 정보만 골라 정리하는 일. AI와 자동화를 적용하기에 잘 맞는 문제로 보였다.
PV 담당자가 확인할 것만 모아주는 리포트
먼저 회사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을 관찰 대상으로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의약품을 등록해두면 미국, 유럽, 한국의 규제 정보 가운데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수집해준다.
규제 정보뿐 아니라 PubMed에 새로 올라오는 관련 문헌도 수집하도록 했다. 수많은 논문 가운데 관찰 대상 의약품과 관련된 문헌을 추리고, 중요한 키워드가 포함되면 ICSR 검토 태그를 표시하도록 했다.
ICSR은 개별 사례 안정성 보고서를 의미하며, 환자에게 발생한 이상사례와 의약품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규제기관에 보고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자료이다.
의약품 안정성과 관련된 일이므로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야한다. 그렇기에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문헌을 표시하는 정도로만 작업했다. 대신 문헌 요약, 그리고 검토 포인트를 추가하여 담당자가 검토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도구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 회사에서 관찰할 의약품을 등록한다.
- 미국, 유럽, 한국의 관련 규제 정보를 확인한다.
- PubMed에서 새로 발표된 관련 문헌을 수집한다.
- 내용을 요약하고, 중요 키워드가 발견되면 ICSR 검토 대상으로 표시한다.
- 리포트는 주 1회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 담당자가 수집된 정보를 확인하여 최종 판단한다.
제약업계 경력 0년의 결과물
완성한 결과물을 아내에게 보여줬다. “ICSR 기준만 조금 더 다듬으면 실제로 쓸 수 있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현업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AI에게 세 번 질문하며 시작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고무적인 반응이었다.
물론 실무에 적용하려면 더 많은 일들이 필요할 것이다.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더 구체화해야 하고, 놓치거나 잘못 분류하는 정보가 없는지 일정 기간 충분히 검증해야할 것이다.
그래도 낯선 분야의 업무를 이해하고, 해결할 문제를 찾아서, 현업인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물까지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Disclaimer: 아내는 AI 공모전에서 저와 다른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